오늘 자전거를 타고 집앞 편의점 가는길에 다급한 목소리가 저를 불러 세웠어요.
나이는 한 21살쯤 됐나?
뿔테 안경을 쓰고 꽉끼는 추리닝 바지를 입은 조금은 찌질해보이지만 어쩐지 조금 째진 눈이 매서운 친구 하나가
"저기요 저기요 형! 형님. 죄송한데 저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무슨 일이시죠?"
"제가 곧 누구한테 맞을 것 같은데. 저 맞으면 신고좀 부탁드려요. 네?네?"
아니 사지 멀쩡한놈이 왜이런단 말인가 싶어서 무슨 일인고 하니
자기 여자친구가 이동네 PC방에서 알바를 하는데
얼마전부터 왠 나이 많은(29) 백수같은놈이 자꾸 찝쩍대더라. 별일이 아닌지 알았는데
결국 바람이 났고 자기가 무릎도 꿇어보고 몇일이나 연락을 했는데 안받다가
그 나이 많은 형이 전화가 와서는 연락 한번 더 하면 죽여버리겠다.
난 절대 포기 못한다 해서 지금 만나기로 했다는군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나이도 어리고 때리진 못하겠고 깽값이나 받으려고요!"
그런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게 아니여...;
여튼 뭐 심심하기도 했고 괜한 사명감과 이 마지막을 보고 싶다는 온갖 감각이 저를 불러세웠고 딜을 맺고 있는데
저 멀리서 왠 땅딸만하고 목도 짧은 애가 새 빨깐 말보루 같은 져지 깃을 귀 높이까지 세우고선
"야이 XX놈아 이리와바 너지 이세끼야" 이런 "썅" 침을 찍찍 뱉으면서 오더라구요. 근데
옆에 진짜 유도할 것 같은 무서운 덩치 한명이 보이더라구요 ;;와 이거 잘못하면 일좀 꼬이겠다 싶어서 조심스레
중간에서 중계를 시작했지요.
전 지나가던 사람인데 이 친구가 얼마나 급박했으면 지나가는 사람 바짓가랑이 붙잡고 도와달라고 하겠냐고
말로 잘 풀어보라고. 해서 대화를 하는데
"형이 남의 여자 뺏었잖아요! 형이 잘못한거잖아요"
"뺏긴놈이 병신 아니냨ㅋㅋ 그래섴ㅋ 그래섴ㅋ뭐뭐뭨ㅋㅋ 어쩌라구"
"돌려주세요. 내 여자"
"야 이제 내꺼니까 내 여자란 말 쓰지마라..."
"사과하라고요 전 그 여자 없으면 못살아요"
"뒤질래 진짜?"
뭐 이런 내용들이었는데 말 끝마다 '형'은 꼬박 꼬박 붙이는 예의바른 청년같았어요.
딱히 싸움 날 것 같지는 않아서 상대편에서 같이온 등치 큰 친구랑 같이 서있는데 친구한테
무슨 사이에요? 그러니깤ㅋㅋㅋ
"아.. 게임에서 만난 같이 롤....하는 형이에요..."
ㅋㅋㅋ 그냥 게임 동생인데 귓속말로 큰일 났다고 불러서 실제론 오늘 처음봤다네요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저렇게 허세가 쩔었나 싶었는데
대화는 점점 파국으로...
"야 그런건 미정(가명)이 한테 말하라고 걔가 너 좋다고 하면 보내주고"
"걔는 당연히 절 더 좋아하죠 형만 없어지면 된다구요"
"하 조똨ㅋㅋㅋ 한번 해볼래? 누구 한테 오는지??걔는 이제 나 없으면 안되 죽고 못산다고"
"절 더 좋아해요, 해보세요 얼마든지요"
와 난 저런 대화가 현실에서 오가는게 더 신기했음..
그 깃세움 남이 겁나 터프하게 통화버튼을 누르면서
"야야야 나와본나. 니 전 왕자님이 너가 너무 보고 싶다고 찾아 오셨다?
빨리 와서 나인지 이 X만한 세끼 인지 딱 정해라"
근데 핸드폰에서 자신 때문에 싸우는 남자가 둘이나 있다는것에 굉장한 희열감을 느끼는듯 여자의 간드러진 웃음 소리를 동반한
"앜ㅋㅋ 뭐양~~~ 내가 어떻게 그래에에엥~ 나 화장도 안했는데엥~알았엏ㅎㅎ"
그래서 그 여자 기다리면서 갈려서 담배한대 피는데
뭐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니 맘떠난 여자 잡아 뭐하냐.
이럴때일수록 냉정해져라 도데체 얼마나 예쁘길래 이러냐
제 첫사랑이라구요...저 XX세끼만 아니면.. 하면서 우는데,
살짝 아련하기도하고 내 스무살때 생각도 나고...여튼
그 여자가 왔는지 깃세움 남이 여 하길래 뒤를 돌았는데
저 멀리서 오는 짧은 주름 치마를 잎은 거한을 보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난 가도 되겠다 말하고 집에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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