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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면 갑자기 죽은 아기가 깨어나기라도 할 것 같은 생각에, 수사관은 그 쪽지를 두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수사관은 그 작은 글씨에 손전등을 가까이 비춰가며 읽어갔다.
그럼 헌병대장이나 수사과장한테 보고될 것이 고, 우리는 부대에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게 아 닙니까?"
나는 잠시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 로 살해하고 본 인은 자살. ]]]
1977년 12월 20일은 저 아기의 생년월일이 분 명하고, 용의자 김ㅇㅇ중사의 자식일겁니다."
이곳에서 쭈욱 살아왔다 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 아기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 을 겁니다."
아기를 내려놓고 수사관은 잠시 아기를 물끄 러미 쳐다보며 말을 했다.
녹이 슬어 페이트가 여기저기 벗겨진 낮은 철 제 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노부부는 잠든 상태가 아닌 듯 싶었다.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런닝셔츠와 반바 지 차림으로 우산을 쓰고 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피부는 까맣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에 마른 체형이었지만 노인은 매우 정정해 보였다.
우리는 우리의 신분과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 한 후 , 그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에 앉자마자 노인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아이고...참... 손님 오셨는데 또 담배질이네..."
동네 에 나이 맞는 처녀라도 한 명 있으면 소개시 켜주고 싶었다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거기서 산 후 4년 쯤 되었 을 때인가 여자 하나를 데려와 살더라구.
결혼할 여자친구라면서 데려왔는데 아주 고운 색시였다우. 그 친구만큼이나 예의도 바르고 부지런했지.
혼인식도 안하고 산 것 같았는데, 마치 부부 처럼 너무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라니까"
그 때 쯤 그 친구는 혼인신고를 하고, 애 출 생신고까지 마쳤다 하더라구.. 얼마나 좋아하든지...
모든 걸 경험해 본 내 나이에도 여간 부러운게 아니더라니까...
아주 멀리서 온 부대 같더라구..... 부대마크도 다르고 다들 처음보는 군인들이었어.
아주 먼 곳에서 훈련지원을 나왔다 그러더라 구... 6개월 정도 머물다 갈 거라면서 막사도 천막 을 쓰고, 밥도 이동식 취사기로 해먹더라구.
그런데 말야 그 부대가 이 동네에 온 뒤로 이 상한 말이 돌았어."
원래 그 부대가 있던 동네에서 그 색시가 그 런 일을 했었나봐....
돈 좀 벌어서 거길 떠나 열심히 한 번 살아보 려고 하던 차에 그 중사 친구를 만난거지.
어이구...그런데 이게 뭔 운명의 장난이래...색 시를 알고 있던 그 동네의 부대가 이전을 해왔으니"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어디서 엿들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그 친구 귀 에도 그런 말이 들어간 것 같애.
그 뒤로 그 친구는 항상 술에 절어 다녔고, 마을 어귀 길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뻗어있는 경우도 몇 번 봤지.
일을 마치고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매번 싸우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고 ....
그렇게 금실좋던 부부가 저렇게 되었으니 마 을 사람들도 다들 안타까워 했지...."
칸막이가 쳐져 있는 요정같은 술집이었지... 그 날도 그 친구가 혼자 거기서 술이 떡이 되 도록 마셨나봐.
술 집 주인년 얘기로는 아마 대위였다고 했지?"
얘기를 옆 귀로 듣던 노인의 아내가 분통이 터지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 색시 건드 린 얘기를 하더래...뭐라더라? 얼굴값 해서 원래 잘 안주는 년인데,
자기가 제일 먼저 뚫었대나? 자기가 여자 하나는 제대로 죽여놓기 때문에 매일같이 자기 방에 찾아왔대.
그러고는 싫증이 나서 차버렸는데 그 다음부 터는 이놈 저놈들이 돈 줘가며 돌아가면서
한 번씩 그 여자 와 자봤다는거야.
그 애도 누구 애기일지 모를거라면서 사람으 로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계속 씨부렸나봐.
옆 칸에서 그걸 듣고 있던 그 친구의 심정이 어땠겠나? 그 얘길 들어 준 술집 주인년이 미친 년이지..
지가 술에 취해 바로 옆 칸에 그 친구가 있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그리고 30분 정도가 지나서 만취한 그 친구가 소총을 들고 오더니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 대위가 있던 칸으로 강아지 죽여버리겠다면서 총을 난사한거야."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담배하나를 꺼내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길게 한 모금을 들이킨 노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술집년은 안쪽의 주방에서 일하다가 숨어 서 지켜봤나봐.
그 친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사람이었어. 주 인년 얘기로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대.
죽은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수 건같은 년을 죽여버리겠다며, 총을 들고 뛰쳐 나가더래.
주인년은 직감적으로 그 수건같은 년이 그 친 구 아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한거야.
결국 부대에 연락이 닿아서 그 친구 색시한테 까지 전해졌나봐.
그 친구가 또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구. 그런데 싸우는 정도가 너무 심한거야... 뭐라더라...
니 더러운 몸에서 나온 자식새끼 어디있냐면서 막 때려부수고 난리가 아니었다 니까..."
내가 여기 살아오면서 그렇게 떼거지로 몰려 오는 건 처음 봤다니까.
그런데 그 소리에 그 친구가 마지막인 걸 직 감했는지 갑자기 방안에서 총소리가 나더라구....
그 때 색시를 죽인거지. 대문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무슨 일인 지 직감하고서는 사람 죽었네 사람 죽었네 소 리치면서 난리가 난거야.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시 총소리가 나더라구. 그 친구가 자살한거야...."
그 년 얘기를 듣고 있으니까 분통이 터지더라 니까.
우리 할멈을 비롯해 거기있는 사람들이 그 년 머릿채를 잡고 패댕이를 치고 난리가 아니었지."
6개월 정도 머문다던 부대인데 무슨 얼어죽을 복귀야?
한 가정을 그렇게 처참하게 박살내놓고 그냥 가버리는 그런 개쌍놈의 새끼가 어딨어?"
애가 안보이더란 말이야. 경찰들 얘기로도 현 장 조사 중에 애를 본 적이 없었다는군.
우리는 혹시나 다른 집에 애를 맡기지 않았다 싶어서 그 애를 찾아 돌아다녔지.
결국 못 찾았어..거 참.........어디 멀리 친정집 에 갔다가 우연히 애를 맡기고 돌아와서 변을 당한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연고도 모르는 낯선 색시라서 우리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그런 업종에 있던 색시라 돌아 갈 친정집이 없었는지도 모르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이 아파......"
그 집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더군. 그 애기가 실종된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말야.
어쩌면 그 전에 죽은 군인들도 들었을지도 모르지.
망자는 말이 없으니 알 턱이 있나? 아마 그 색시 애기는 죽었을거야.
가까이서 죽었다면 여길 떠나지 못하는 것이 고. 멀리서 죽었다면 그 애기 혼령이 지 어미 를 찾아 여기까 지 온 건지도 몰라.
그래서 그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지. 생각해 보게나.
자기 어미를 죽인 사람이 군 인이었고, 결과적으로 군인들만 해를 당하지 않았나?"
그리고 빤히 우리를 쳐다보면 십여초 간 말을 아끼던 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친구 시신은 부모들이 거두워갔는데, 그 색시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며 색시 시신은 거 두지 않고 가버렸네.
언젠가 어미의 무덤에 장성한 아들이 찾아와 주길 바랬는데...
이렇게 그 때 그 어린 모습으 로 싸늘한 주검 이 되어서 돌아오다니..."
노인은 눈물을 감추려는 듯 한 손으로 두 눈 을 감쌌다.
노인이 그린 약도를 보자 그 곳이 차로 10분 도 안 걸리는 마을 외곽 가까운 곳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