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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범죄/기지 살인사건

기지 살인사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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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며 살피던 우리는 작 은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건드리면 갑자기 죽은 아기가 깨어나기라도 할 것 같은 생각에, 수사관은 그 쪽지를 두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누렇게 변색된 그 종이를 펼치자, 잉크가 거 의 탈색되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글씨가 눈 에 들어왔다.

 

수사관은 그 작은 글씨에 손전등을 가까이 비춰가며 읽어갔다.

 

"1977년 12월 20일.......김ㅇㅇ"

 

"우와.....이게 20년이 넘은 시체란 말이예요?"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거 생일인가? 아니면 이 안에 들어온 날인 가? 하여튼 이 아기가 뭔가 답을 얘기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려......"

 

그런데 갑자기 수사관이 걱정스런 모습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이젠 어떡하죠?"

 

"어떡하긴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죠."

 

"그게 아니라 경찰이 오면 신고자인 우릴 조 사할거고, 우리가 여기 온 걸 부대에서 알기 라도 하는 날에 는...."

 

"그럼 경찰들한테 군에서 물어보면 우리를 본 적 없다고 부탁하면 안될까요?"

 

"그것도 어렵습니다. 군관련 사고는 사고 접수 즉시 바로 군헌병대로 전달됩니다.

 

그럼 헌병대장이나 수사과장한테 보고될 것이 고, 우리는 부대에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게 아 닙니까?"

 

수사관은 연신 걱정스런 심정의 말을 이었다.

 

"사단장 명령을 어기고 부대를 벗어났으니...보 통 일이 아닌데.."

 

"버리고 갈까요? 가면서 신고하든가 아니면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보고 신고할 것 아닙니까?"

 

"이대로 버리고 가면, 우리는 더 이상 이 아이 에 대해 조사할 시간이 없습니다."

 

수사관은 입술을 깨물며 해결책을 찾는데 머 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그 때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잠시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사관님 잠깐 여기서 기다려봐요."

 

"왜요? 어디 가게요?"

 

"사건파일을 다시 한번 좀 봅시다."

 

나는 빗속을 가로질러 후다닥 대문 밖 소나타 차량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소나타 뒷좌석에 내려놓은 사건 파일 을 우의 안으로 숨겨들고, 수사관이 있는 곳 으로 되돌아왔다 .

 

수사관은 무슨 일이냐는 듯 나에게 물었다.

 

"사건파일은 뭐하게요?"

 

"후레쉬 좀 비춰 보세요."

 

나는 서둘러 서류봉투에서 파일을 꺼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좀 보세요!! 첫 사건!!!!!"

 

 

 

 

[[[ -1978년 7월 14일-육군 [중사 김ㅇㅇ]가 같은 부대원 [중사 고ㅇ ㅇ], [하사 이 ㅇㅇ]와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 로 살해하고 본 인은 자살. ]]]

 

 

 

 

"아니!! 이럴 수가......."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수사관이 놀라움 을 금치 못했다.

 

"저 담요 속에서 나온 쪽지의 날짜는 1977년 12월 20일.......그리고 아기의 이름은 김ㅇ ㅇ.......

 

1977년 12월 20일은 저 아기의 생년월일이 분 명하고, 용의자 김ㅇㅇ중사의 자식일겁니다."

 

"이런 세상에...그럼 이제 어떡합니까?"

 

"제가 전에 죽은 김병장과 여기 왔을 때 주변 이웃들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 중에 이 집에서 30여미터 떨어진 곳에 아 주 연로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쭈욱 살아왔다 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 아기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 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바로 갑시다."

 

수사관은 서둘러 우의의 모자를 뒤집어 썼다.

 

 

 

 

순간 나는 바닥에 놓여있는 아기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저 아기 어떡하죠?"

 

"그러게요....차에 싣고 다닐 수도 없고..."

 

"일단 다시 마루 밑에 보이지 않게 넣어놓고 다시 옵시다."

 

"마루 밑? 불쌍하지 않소? 20년 넘게 저렇게 어둡고 쾨쾨한 곳에서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 생각이 짧은 듯 싶었다.

 

"그럼, 방에 보이지 않게 들여놓고 갑시다."

 

우리는 그 아기시체를 조심스레 들고 들어가 툇마루와 이어진 작은 방 구석에 살포시 내려 놓았다.

 

아기를 내려놓고 수사관은 잠시 아기를 물끄 러미 쳐다보며 말을 했다.

 

"참...마음이 착잡하구랴..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되어 저 여린 몸으로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수십년을 보냈 으니...."

 

나도 잠시 그 아기를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 아기의 명복을 빌었다.

 

 

 

 

 

"자...이제 가시죠."

 

우리는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 그 노부부의 집 으로 향했다.

 

녹이 슬어 페이트가 여기저기 벗겨진 낮은 철 제 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입니다."

 

"와 진짜 옛날 집이네."

 

집 자체는 시멘트 블럭으로 쌓아올려 기와를 얹은 허름한 형태였지만, 마당은 텃밭이 있을 정도로 비교 적 넓었다.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노부부는 잠든 상태가 아닌 듯 싶었다.

 

 

 

 

 

"계십니까?"

 

대문을 두드리며 우리는 인기척을 보냈다.

 

몇 번을 두드리며 안에 있는 사람을 부르자 마루에 불이 켜지고,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런닝셔츠와 반바 지 차림으로 우산을 쓰고 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뉘시오?"

 

피부는 까맣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에 마른 체형이었지만 노인은 매우 정정해 보였다.

 

우리는 우리의 신분과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 한 후 , 그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할멈...손님이 오셨어. 먹을 것 좀 있으면 좀 내와요..."

 

그러자 노인의 아내가 방문 밖으로 얼굴을 내 밀더니, 누구인지 묻고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 했다.

 

안방에 앉자마자 노인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저 집에 참 사고도 많이 났지.....조용하다 싶 으면 사고나고, 다시 조용하다 싶으면 또 사 고나고..."

 

"혹시 어르신....대략 20년 전에 그러니까.......... 애 키우던 집 하나 있었잖아요...."

 

"20년 전? 20년전이라...."

 

"군인 가족인데, 중사 한 명이 자기 아내 죽이 고 자살한 사건 말입니다."

 

"아......그 친구!!!"

 

그제서야 노인은 무릎을 탁치며 대답했다.

 

 

 

 

 

그 때 노인의 아내가 옥수수가 담긴 양푼 그 릇과 음료수를 들고 들어왔다.

 

"아이고...참... 손님 오셨는데 또 담배질이네..."

 

아내의 푸념에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 친구 저 집에서 6년 가까이 살았지.....참 좋은 친구였어. 얼굴 잘 생겼지 성실하지 인사성 밝지...

 

동네 에 나이 맞는 처녀라도 한 명 있으면 소개시 켜주고 싶었다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거기서 산 후 4년 쯤 되었 을 때인가 여자 하나를 데려와 살더라구.

 

결혼할 여자친구라면서 데려왔는데 아주 고운 색시였다우. 그 친구만큼이나 예의도 바르고 부지런했지.

 

혼인식도 안하고 산 것 같았는데, 마치 부부 처럼 너무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라니까"

 

 

 

 

 

이에 노인의 아내가 중간에서 끼어들었다.

 

"옛날 죽은 그 불쌍한 군인 얘기구랴?"

 

노인은 잠시 손에 들고 있던 있던 담배의 재 를 털어낸 후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온지 얼마 안되서 색시의 배가 불러 오더니 아들을 출산을 한거야. 참 빠르기도 하지.

 

그 때 쯤 그 친구는 혼인신고를 하고, 애 출 생신고까지 마쳤다 하더라구.. 얼마나 좋아하든지...

 

모든 걸 경험해 본 내 나이에도 여간 부러운게 아니더라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죽던 그 해에 우리 동네에 작은 부대가 하나 이전해 왔어.

 

아주 멀리서 온 부대 같더라구..... 부대마크도 다르고 다들 처음보는 군인들이었어.

 

아주 먼 곳에서 훈련지원을 나왔다 그러더라 구... 6개월 정도 머물다 갈 거라면서 막사도 천막 을 쓰고, 밥도 이동식 취사기로 해먹더라구.

 

그런데 말야 그 부대가 이 동네에 온 뒤로 이 상한 말이 돌았어."

 

 

 

 

 

노인은 잠시 쓰디쓴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지푸 렸다. 그의 아내도 고개를 돌려 한숨을 내뱉으며 가 슴을 잠시 쓸어내렸다.

 

"그 때가 그 친구 애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되 었을 때야. 어느 순간부터 동네에 안 좋은 소문이 나돌더 라구...."

 

"무슨 소문 말입니까?"

 

"아니 글쎄....그 색시가 술집과 다방을 떠돌며 몸을 팔던 여자라는거야...."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이전해 온 그 부대원들 사이에서 처음 나온 것 같애.

 

원래 그 부대가 있던 동네에서 그 색시가 그 런 일을 했었나봐....

 

돈 좀 벌어서 거길 떠나 열심히 한 번 살아보 려고 하던 차에 그 중사 친구를 만난거지.

 

어이구...그런데 이게 뭔 운명의 장난이래...색 시를 알고 있던 그 동네의 부대가 이전을 해왔으니"

 

노인은 손에 든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겼다.

 

"여기는 워낙 동네가 작고 군부대가 가까이 있다보니까 군대 안이든 밖이든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어디서 엿들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그 친구 귀 에도 그런 말이 들어간 것 같애.

 

그 뒤로 그 친구는 항상 술에 절어 다녔고, 마을 어귀 길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뻗어있는 경우도 몇 번 봤지.

 

일을 마치고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매번 싸우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고 ....

 

그렇게 금실좋던 부부가 저렇게 되었으니 마 을 사람들도 다들 안타까워 했지...."

 

"그럼 그 여자분은 어떻게 죽은 겁니까?"

 

"요 앞에 읍내에 가면 작은 철물점이 있어. 농기구도 팔고 이런 곳이지. 그런데 에전엔 거기가 술집이었어.

 

칸막이가 쳐져 있는 요정같은 술집이었지... 그 날도 그 친구가 혼자 거기서 술이 떡이 되 도록 마셨나봐.

 

그렇게 만취한 상태에서 옆 칸에서 들리는 말 소리를 들었나봐. 술집 주인년과 떠들고 있는 군인이었는데,

 

술 집 주인년 얘기로는 아마 대위였다고 했지?"

 

"맞아요..대위..그 썩을 놈!! 장교나 되가지고!!"

 

얘기를 옆 귀로 듣던 노인의 아내가 분통이 터지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 년놈들 모두 취해 있었는데, 그 망할 놈의 대위가 그 친구가 옆 칸에 있는 것도 모르고,

 

그 색시 건드 린 얘기를 하더래...뭐라더라? 얼굴값 해서 원래 잘 안주는 년인데,

 

자기가 제일 먼저 뚫었대나? 자기가 여자 하나는 제대로 죽여놓기 때문에 매일같이 자기 방에 찾아왔대.

 

그러고는 싫증이 나서 차버렸는데 그 다음부 터는 이놈 저놈들이 돈 줘가며 돌아가면서

 

한 번씩 그 여자 와 자봤다는거야.

 

그 애도 누구 애기일지 모를거라면서 사람으 로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계속 씨부렸나봐.

 

옆 칸에서 그걸 듣고 있던 그 친구의 심정이 어땠겠나? 그 얘길 들어 준 술집 주인년이 미친 년이지..

 

지가 술에 취해 바로 옆 칸에 그 친구가 있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친구가 문을 박차고 나가자 그제서야 그 주인년이 그 친구를 알아보고 그 대위를 피신 시킨거지....

 

그리고 30분 정도가 지나서 만취한 그 친구가 소총을 들고 오더니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 대위가 있던 칸으로 강아지 죽여버리겠다면서 총을 난사한거야."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담배하나를 꺼내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길게 한 모금을 들이킨 노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 귀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거기에 앉아있던 사람은 그 대위가 아닌 그 친구 부대원 두 명이었어.

 

그 술집년은 안쪽의 주방에서 일하다가 숨어 서 지켜봤나봐.

 

그 친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사람이었어. 주 인년 얘기로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대.

 

죽은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수 건같은 년을 죽여버리겠다며, 총을 들고 뛰쳐 나가더래.

 

주인년은 직감적으로 그 수건같은 년이 그 친 구 아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한거야.

 

결국 부대에 연락이 닿아서 그 친구 색시한테 까지 전해졌나봐.

 

우리는 그 날 동네 마을 회관에서 모임을 마 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거의 9시 쯤 되었 을거야.

 

그 친구가 또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구. 그런데 싸우는 정도가 너무 심한거야... 뭐라더라...

 

니 더러운 몸에서 나온 자식새끼 어디있냐면서 막 때려부수고 난리가 아니었다 니까..."

 

 

 

 

 

노인은 연속되는 담배질에 목이 타는지 앞에 있던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우리가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마침 싸이렌이 울리면서 엄청난 숫자의 경찰과 군인들이 몰 려오더라구.

 

내가 여기 살아오면서 그렇게 떼거지로 몰려 오는 건 처음 봤다니까.

 

그런데 그 소리에 그 친구가 마지막인 걸 직 감했는지 갑자기 방안에서 총소리가 나더라구....

 

그 때 색시를 죽인거지. 대문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무슨 일인 지 직감하고서는 사람 죽었네 사람 죽었네 소 리치면서 난리가 난거야.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시 총소리가 나더라구. 그 친구가 자살한거야...."

 

얘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잠시 숙연해졌다. 아무 말없이 몇 초가 지나자 다시 노인이 입 을 열었다.

 

"거기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다음 날 경찰서 에 모두 불려갔어. 그 술집 주인년도 있었지.

 

그 년 얘기를 듣고 있으니까 분통이 터지더라 니까.

 

우리 할멈을 비롯해 거기있는 사람들이 그 년 머릿채를 잡고 패댕이를 치고 난리가 아니었지."

 

"아이고...지금 생각해도 그 년 그 때 찢어 죽 이지 못한 게 한스럽다니까."

 

노인의 아내가 분노가 치미는지 이를 갈며 화 를 냈다. 이에 노인은 다시 한번 음료수를 들이키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더 화나게 하는 건 그 대위라 는 놈이 부대 복귀를 핑계로 나타나질 않은거야.

 

6개월 정도 머문다던 부대인데 무슨 얼어죽을 복귀야?

 

한 가정을 그렇게 처참하게 박살내놓고 그냥 가버리는 그런 개쌍놈의 새끼가 어딨어?"

 

"그 놈 얼굴이라도 한 번 봤어야 했는데..."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노인의 아내는 연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런데 말야...조사 중에 미처 생각 못한 게 있더라구.

 

애가 안보이더란 말이야. 경찰들 얘기로도 현 장 조사 중에 애를 본 적이 없었다는군.

 

우리는 혹시나 다른 집에 애를 맡기지 않았다 싶어서 그 애를 찾아 돌아다녔지.

 

결국 못 찾았어..거 참.........어디 멀리 친정집 에 갔다가 우연히 애를 맡기고 돌아와서 변을 당한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연고도 모르는 낯선 색시라서 우리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그런 업종에 있던 색시라 돌아 갈 친정집이 없었는지도 모르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이 아파......"

 

얘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아기 얘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 순간 두 번째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기던 노인이 말을 이었다.

 

" 그 뒤로 저 집에서 많이들 죽었지.... 자네 군수사관이라고 그랬으니 알 것 아닌가? 모두 군인들이나 그 가족들이 죽지 않았는가?"

 

이에 수사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사람 죽이고 살아남은 군인들은 다 사형됐다지 아마? 그런데 그 친구들이 조사 받으면서 공통적인 말을 하더라는군.

 

그 집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더군. 그 애기가 실종된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말야.

 

어쩌면 그 전에 죽은 군인들도 들었을지도 모르지.

 

망자는 말이 없으니 알 턱이 있나? 아마 그 색시 애기는 죽었을거야.

 

가까이서 죽었다면 여길 떠나지 못하는 것이 고. 멀리서 죽었다면 그 애기 혼령이 지 어미 를 찾아 여기까 지 온 건지도 몰라.

 

그래서 그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지. 생각해 보게나.

 

자기 어미를 죽인 사람이 군 인이었고, 결과적으로 군인들만 해를 당하지 않았나?"

 

 

 

 

 

우리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묵언의 합의를 보고 서로 고개를 끄덕 였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어르신...그 애기 저희가 찾았습니다."

 

내 말에 두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그 색시의 아들 저희가 찾았단 말입니다."

 

"그래... 죽지 않고 살아있었나? 지금 어디 있나?"

 

나는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그리고 눈을 바닥에 깔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게... 저....조금 전에 마루 밑에서 시체로 발 견되었습니다."

 

이에 깜짝 놀란 노인의 아내가 두 손으로 방 바닥을 치며 울먹였다.

 

"아이고!! 어떡해! 어떡해! 세상에나!! 아이고... 불쌍해라!!!!"

 

아내와 달리 노인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채,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어떡해!! 어떡해!! 지 어미 기다리다 죽었네... 지 어미 죽은 줄도 모르고....세상에나!!! 아이 고.. 세상에나!!!"

 

노인의 아내는 탄식과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내 뿐만 아니라 노인의 눈시울도 촉촉히 젖 어있는 듯했다.

 

"애를 멀리 숨길만한 시간이 없었나 보군...세 상에나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엄마를 찾았을고..."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컵에 들어있던 마지막 한 모금의 음료수를 들이켰다.

 

그리고 빤히 우리를 쳐다보면 십여초 간 말을 아끼던 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애 어떻게 할텐가?"

 

"저희들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입 니다. 저희도 오늘 밤 사건조사를 끝내야 합 니다."

 

"그럼 빨리 그 애를 데리고 가게."

 

"어디로 말입니까?"

 

"지 어미의 무덤으로 말일세. 그래야 이 악몽 같은 저주가 풀릴 걸세.

 

그 친구 시신은 부모들이 거두워갔는데, 그 색시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며 색시 시신은 거 두지 않고 가버렸네.

 

연고가 없는지라 경찰에서 그냥 화장하려고 했는데, 우리 마을 사람들이 거두고 상을 대 신 치뤄주었네.

 

언젠가 어미의 무덤에 장성한 아들이 찾아와 주길 바랬는데...

 

이렇게 그 때 그 어린 모습으 로 싸늘한 주검 이 되어서 돌아오다니..."

 

노인은 눈물을 감추려는 듯 한 손으로 두 눈 을 감쌌다.

 

"어르신....그 무덤이 어디입니까?"

 

"찾기는 쉬워. 약도를 그려줄테니 거기로 가 게..."

 

노인은 작은 노트의 한 페이지를 찢어 떨리는 손으로 그 곳을 그려나갔다.

 

노인이 그린 약도를 보자 그 곳이 차로 10분 도 안 걸리는 마을 외곽 가까운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대문까지 배웅 나온 노부부는 우리에게 한가 지 부탁을 했다.

 

 

 

 

 

출처 : http://www.itgling.com/spot/92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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