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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도와 주신다면 진실을 말 해 드리죠."
그러나 나를 잠시 동안 응시하던 수사관은 다 시 고개를 숙이고 볼펜질을 시작하였다.
"대위님이 죽인 게 아니라면 그냥 덮어두십시요. 그러는 게 대위님 신상에 좋습니다. 이젠 다 끝났습니다 . "
나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조용히 속 삭였다.
"솔직히 수사관님도 일련의 사건 내막을 알고 싶죠? 알고 싶은데 위에서 내리는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거죠?"
나는 볼펜질을 하는 그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의 숨소리가 불규칙해지고 거칠어졌 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 행정병 몇 명이 행정실로 들어왔다. 무슨 업무를 보려고 하는데 수사관이 그들을 잠시 내보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눈만 치켜뜨며 나를 응시했다. 무섭게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무슨 일을 낼 것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상처로 만신창이 가 된 나의 얼굴을 한참 동안 관찰하던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오늘 밤 대대장과 수사과장이 군단 기무대장 의 회식 자리에 참석기 위해 멀리 떠날 것이오
.당신 대타로 한 놈을 숙소에 박아놓을테니 오 늘 저녁 8시에 차량고 앞에 서 있는 소나타 차량을 타시오."
나는 실내 조명등을 켰다.
[[[[[ -1978년 7월 14일-육군 [중사 김ㅇㅇ]가 같은 부대원 [중사 고ㅇ ㅇ], [하사 이 ㅇㅇ]와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 로 살해하고 본 인은 자살.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간 나는 수사관에게 물었다.
거기에 나와 있는대로 최중사 사건 말고 그 집에서만 20년 동안 모두 7명이 죽었고,
그 집과 관련된 사 람을 포함하면 총 10명이 죽었소."
단지 거기서 7월을 보낸 군인들과 그 가족들 만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것이오."
예전에 수사관 교육 받을 때 들은 얘기인데, 강한 자기장이나 방사선에 노출되면
사람이 환청이나 환각을 격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방사선 같은 경우는 암 같은 질병까지 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저주로 치부하기도 한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집에서 일어난 일들 의 원인을 밝히는 겁니다."
그 건 그렇고 죽은 김병장 얘기나 해보슈. 사단장한테 뭐라고 보고가 된 겁니까?"
그리고 그 간 벌어졌었던 일련의 미스테리한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히 얘기하였다.
얘기를 듣고 있던 군수사관은 자신도 소름이 끼치는지 몇 번의 탄식을 내뱉았다.
특히 김병장이 광신도들의 방언같은 괴상한 말을 쏟아냈다는 부분에서는 진짜로 그랬냐고 몇 번을 되묻 기도 했다.
보통의 군인들은 이수지역을 벗어나기 힘들지 만 수사관들은 다른 것 같았다.
검문소 헌병들은 수사관의 얼굴만 보고도 그 냥 통과시켰다.
한 쪽 발을 사용 하지 못하는 40대의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나오는 것이다.
키는 170이 조금 넘고, 마른 체형이었으며, 하 얀 얼굴에 며칠동안 깍지않은 듯한 검은 수염 이 눈에 들어 왔다.
절룩거리는 다리 뿐만 아니라, 함몰되어 있는 양쪽볼이 그가 지금 상당히 병약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 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우리가 찾는 그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신분을 밝히고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 했다. 그는 우리를 천천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으 로 안내했다.
나는 소대장 집에서 선임하사 둘과 간단히 술자리를 같이 했다오.
원래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친하지 않은데 소 대장이 워낙 넋살이 좋고, 술을 좋아해서 우리 하사관들이 그를 잘 따랐소.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소대 장이 이상한 얘기를 하더이다.
요사이 밤마다 어디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 다고......"
어떤 날은 가위에 눌렸는데 어두운 방안에 어 떤 군인이 총을 들고 나타나 이리저리 돌아다 니더랍니다.
얼굴과 몸에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군 인이었는데 뭔가를 계속 찾고 있더랍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 위에 올라앉아 징그러운 웃음을 한 번 짓더니 긴 소총을 턱밑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 더랍니다."
"소대장의 귀신얘기에 우리 하사관들은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소대장 표정이 너무 진지한거요.
우리가 소대장에게 무슨 군인이 겁이 그렇게 많냐며 놀리니까 갑자기 소대장의 표정이 경직되더니...
이상한 소리를 하더이다.
'들어봐...지금도 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휘둥그레 부릅 뜬 두 눈으로 이리저리 눈동자 를 굴리며,
소리의 정체를 찾는 소대장의 표 정이 정말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오.
우리도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지 만 들리지 않았다오.
정말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소대 장은 미친 사람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 리를 협박했다오.
'얼럴러..얼러러..들어...들어..들리잖아....'이러면 서 말이오.
그거 있잖소, 교회 같은데서 괴상한 소리내면 서 기도하는거...."
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죽은 김 병장의 그 괴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몇 번의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그는 계속 말 을 이었다.
"맨 왼쪽에 있던 선임하사는 세 발을 머리에 맞아죽고, 가운데 앉아있던 선임하사는
거의 다섯발을 얼굴 과 가슴에 맞았소. 갑작스런 총소리에 귀가 멍해져서 있는데
내 얼굴과 몸에 핏물이 마구 튀는거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죽어라 비명을 질렀소.
이게 꿈이라면 깨길 바랬고, 꿈이 아니라면 누가 좀 소대장을 말려주길 바랬소."
총 을 겨누고 씨익 웃는게 아니오? 그 때 마지막 순서로 죽음을 기다리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내가 그 때 본 것은 소대장이 아니라 악마였소...악마... 그 순간 나는 소대장을 제압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튀어올랐소.. 그리고는 두어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나는 의 식을 잃었다오."
하늘이 도왔는지 나에게 세 발을 쏘고나서 소 대장의 권총이 실탄을 모두 뱉은거요.
난 실신했고, 소대장은 다시 부대로 돌아가 소동을 벌이다 죽은겁니다.
결국 난 의가사 전역했소. 그나마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 만, 십수년간 나는 그 뒤로 매일 밤 악몽이 시달렸소.
매일 밤마다 피떡이 묻은 얼굴로 소대장이 나 타나 그 악마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거요.
지금은 약도 먹고 치료도 받고 해서 많이 나 아졌지만, 얘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그 때 일이 어제 일처 럼 생생하다오."
아픈 몸을 이끌고 목발의 그 남자가 대문 밖 까지 배웅을 하였다. 낮에는 맑아보였던 하늘이었는데
어느새 비구 름이 몰려왔는지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흩날 리기 시작했다 .
수사관은 와이퍼 를 작동시켰다. 나는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두려웠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자꾸 죽음이라는 종착역 으로 달려가는 것 같아 머릿털이 곤두서는 기 분이었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겁니까?"
수사관님은 먹 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속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죠.
당신을 만난 뒤로 예전에 내 가슴속에서 사라 졌던 정의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거요.
지난 사건은 어쩔 수가 없지만 지금의 사건이 라도 제대로 해결하고 싶었소. 그런데 대위님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거요?"
어느 한 명이 미쳐 날뛰기라도 한다면 지금 뒤에 있는 공구들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김병장이 정신을 차리는 겁니다."
우의를 입고 차에서 내리자 질퍽한 흙탕물이 군화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는 차량 트렁크에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나는 배척(일명 빠루라고 부르는 못을 뽑을 때 사용하는 긴 쇠막대)을 들고,
수사관은 야전삽과, 해머 를 들고 대문 앞에 나란히 섰다. 가끔씩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빗소리 외 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번갯불에 잠깐씩 얼굴을 드러내는 사건현장의 대문은 우리를 반기는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또한 비바람에 찢겨 펄럭이는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어서오라고 반가운 손짓을 보내는 것 같았다.